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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사춘기산책씨를 만난 곳은 OO공업고등학교였습니다. 현직 교사인 산책씨는 “저한테 뭐 들을만한 이야기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이 하나 같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가진 힘을 아직 잘 모르는 탓일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오면서, 저는 스스로 평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이야 말로 의미의 보물창고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보물을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저는 첫 질문을 던졌습니…
서른넷의 새출발“정상가족”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되어, 부부 간의 성역할이 어느 정도 분리된 핵가족을 일컫는 개념어입니다. 이 개념은 산업사회의 서구 중산층을 규범적 모델로 한 것인데, 핵가족을 보편적이며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입장이라서 “가족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이분화하고 위계를 만든다”고 비판 받아왔습니다(이재경, 2015: 29).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닌 상태를 일컫는 용어 중 “결손가정”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 종종 어린 시절, 신학기 가정환경 조사를 할 때의 경험이 떠오릅니다. 부…
보조적 사역?구약성서 <룻기>에는 여러 사람이 나옵니다. 이름이 곧 제목이 된 룻이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고, 룻과 결혼한 보아스도 중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룻기에는 또 한 명 중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룻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룻의 행복을 빌어주었던 나오미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룻기>를 함께 공부했을 때, 사람들은 각각 다른 이에게 감정이입했습니다. 저는 친절한 사람 보아스에게 집중했고, 여성 참여자들은 룻과 나오미에게 집중했습니다. 물론 기계적으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윗…
교회는 봉사하러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서현이예요."자신을 소개할 말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했는지, 서현(가명)씨는 찾잔을 꽉 잡은채로 허공을 응시했습니다."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저에 대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나요?""처음부터 너무 어릴 때로 들어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소개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요즘 하시는 일 중심으로 말씀해주셔도 괜찮구요.""서른 두살이구요, 아직 미혼입니다. OO시에 …
늦게 배운 코바느질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기혼여성 333만명 중 35.2%에 달하는 117만명이 경력 단절을 경험했습니다. 결혼-출산 과정을 거치며 그간 해왔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그렇게 많았다는 거지요.그런데 이번에 만난 ‘코바늘’씨는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후 새로운 경력을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어느 날, 저는 차가운 음료를 사이에 두고 코바늘씨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와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듣고 싶네요.""방년 38세예요…
컨설팅은 무슨 컨설팅지난 2, 3월에 만난 분들은 각각 30대, 40대 기혼 여성이었습니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라는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두 분의 이야기에서 중복되는 것이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결혼과 출산이 “일”을 계속하는데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 아주 특별히 예외적인 삶을 사는 분이 아닌한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그래서 이번 달에는 미혼이며 1인가구로 살고 계신 84년생 지영(가명)씨를 만났습니다. 여기저기 기독교 장식물이 배치되어 있고, 기독…
내일만 지나면 아이들 모두 개학이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에 비하면 내일 하루 견디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다. 다만 바로 다음날 다시 주말이어서 좋다 말았다.아이들 운동화와 가방을 빨았다. 언제쯤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운동화를 빨까. 아니 그냥 세탁소에 3천원에 맡길껄. **(첫째) 운동화는 너무 낡았는데 새로 하나 사고 말껄…… 궁시렁 거리며 잘 지지 않은 검은 때를 빡빡 문지르고 있는데 점점 **(셋째)이가 욕실로 그대로 돌진해서 올 요량으로 성큼성큼 칭얼거리며 기어오고 있었다. 대충 헹구고 말았다. 역시나 깨끗하게 빨 수는 없다…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지난 달 “새로운 연구지가 온다”에서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범위가 넓습니다. 최소한의 범위를 설정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동료들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의논한 끝에 올 한 해 집중해서 만날 사람들의 범위를 대략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성’입니다. 올 한 해 이 …
일상을 배우다. 나누다. 새롭게하다(권은선, 일상학교 울산 모임 참가자) 내 나이 33살, 신랑은 28살. 조금은 세월의 격차를 안고 결혼한 지난 2016년의 봄. 처음에는 주말부부로 떨어져 1여년을 보냈다가, 함께 보내게 된지 6개월이 지나가는 가을이다. 요즘 우리 부부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일상학교’ 모임처럼 함께 낭독을 하거나 각자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게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책을 읽는 낭만적인 결혼생활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런 삶의 모습을 바라고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함께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반복되는 일상과 변화하는 일상주인영주부5년차 주인영입니다. IVF 사무간사를 4년 동안 섬기고 사임과 동시에 주부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순간마다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간사 사임 이후 일반 직장인으로 다양한 사람과 경험을 통해 다듬어 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3년의 신혼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신혼이 좋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3년의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연애하듯 남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과 두려움이 저의 삶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