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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연구소 ELBiS Club 아가 3. 자유로운 사랑의 힘(1, 9-17)_ 1703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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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선약수
댓글 0 건 조회 5,177 회
작성일 17-03-2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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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유로운 사랑의 힘(1, 9-17)_ 170320월
드디어 여인을 향한 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임은 여인을 일컬어 ‘파라오의 병거를 끄는 말”과 같다고 노래합니다. 아니, 말이라구요?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하는 동물은 보통 꽃사슴 같은 것이 아닌가요? 엘비스클럽에서는 “말”이라는 이미지가 1장 전반부에 등장하는 여인의 적극성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앞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인의 건강미를 잘 드러내준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가>는 여인의 피부가 거무스름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인은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을 향해 “가뭇하다고 깔보지 마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피부가 검어진 것은 오빠들의 포도원을 돌보느라, 다시 말해 야외에서 일 하느라 볕에 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파티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달콤한 포도주와 고단한 노동을 연상시키는 포도원의 이미지가 <아가> 1장에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인은 임이 그런 자신을 “귀엽다”(새번역은 “예쁘다”)고 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임의 노래는 이 맥락 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왕실 마구간에서 최고 수준의 관리를 받아 털에 윤기가 흐르고,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된 아름다운 말…… 무엇보다 생명력이 넘치는 건강한 말…… 임은 여인이 야성적이면서도 세련되다고 노래한 것입니다. 그녀는 오빠들의 포도원을 대신 돌봐야 할 만큼 능력 있는 여성이었으며, 진주 목걸이로 자신을 치장하는 등 자기 외모를 관리하는데도 부지런한 여성이었습니다. 더하여 자기 포도원이 있다는 말로 짐작해보건데 그녀는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가능했으며, 제 구실 못하는 오빠들을 대신하여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강인한 여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여인이 “깔보지 마라”고 말했던 예루살렘 아가씨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종류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은 후각적 이미지가 관능적으로 폭발하는 느낌을 노래합니다. 사랑하는 임을 “임금님”이라 부르며 그와 자신이 누운 공간을 나르드 향으로 가득 채우리라 노래합니다. 오리겐에 따르면 나도초의 뾰족한 잎을 누르고 비벼서 나르드 향기를 냅니다(김구원, 2011: 116에서 재인용). 사랑하는 연인이 방에 들어가 격렬하게 몸을 맞추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여인은 임을 “유향 꽃송이”와 “헨나 꽃송이”에 비유하며 그를 자기 가슴에 품었다고 노래합니다. 임이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처럼, 푸른 풀밭을 침대 삼고 송백나무와 전나무를 지붕 삼아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연인은 이어서 함께 노래합니다. “그대, 내 사랑, / 아름다워라. / 아름다워라, 비둘기 같은 눈동자.” “그대 내 사랑, 멋진 모습 / 얼굴만 보아도 가슴 울렁이네.” 서로를 향한 사랑 고백은 그들의 고양된 감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포도원을 돌보던 여성과 양떼를 치던 남성은 일상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서로를 칭송했습니다. 진부하지만, 사랑의 힘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아가>는 사랑을 정신활동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아가>가 묘사하는 사랑은 대단히 관능적이며 자유롭습니다. 높은 지붕 아래서 규범에 복종하고 엄숙한 태도를 고수할 것을 강조하는 한국 교회의 경향과 달리 <아가>는 숲 속의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아름다운지 노래합니다. 자기 포도원을 돌볼 새도 없이, 원치 않는 일에 휘말려 얼굴이 검게 그을린 사람들…… 남의 일 봐주느라 정작 자기 삶을 돌볼 여가가 없는 고단한 그리스도인들, 아니 모든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 사랑의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 홍삼정환

* 참고
김구원(2011). 가장 아름다운 노래. 서울: C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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