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연구소 온라인 ELBiS Club 시편 12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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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391 작성일 20-12-05 16:25본문
ELBiS Club 시편 12편 요약 20201204
“지휘자를 따라 팔현금에 맞추어 부르는 다윗의 노래”라는 표제는 이미 시편6편에서 경험한 표제입니다. 팔현금은 스미닛이라는 저음 악기 연주로 매우 어두운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 이는 12편 전체에 흐르는 기조를 말해 주는 것입니다. 시인이 노래하는 탄원의 현실을 1절과 8절이 봉투구조(inclusio)안에서 대조로 보여줍니다. “신실한 사람도 끊어지고, 진실한 사람도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주위에는 악인들이 우글거리고, 비열한 자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높임을 받습니다.”
시인은 매우 객관적으로 현실을 관찰하듯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대개 일인칭으로 자신을 현실 상황에 가까이 결부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시적감정을 북돋우지만 오히려 12편에서 시인은 자신을 관찰자 입장으로 두어서 매우 객관적으로 현실과 역사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반복되는 단어로 시인이 파악하는 현실은 이렇습니다. “말”“입술”“혀”로 악이 행해지고 “가련한 사람이 짓밟히고 가난한 사람이 부르짖(5절)”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말이 힘이 되고 권력이 되고 재산이 되는 현실입니다. 힘과 권력에 복속된 말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아첨과 간사한 말을 사용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는 큰소리를 치고 거짓말을 해대며 짓밟습니다. 말로 상황을 조정해서 이득을 취하고 여론몰이를 통해 권력을 누립니다. 한마디로 말이 오염된 세상에서 신실하고 진실한 사람은 사라지고 악인들과 비열한 자들이 득세하고 우글거리게 됩니다.
시인은 이런 오염되고 부정한 말의 세상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5,6절 3회반복)”을 대결시킵니다. 이것은 교과서적이고 교리적인 해답이 아니라 상상력의 전투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신다”라는 말은 예언자들이 대언할 때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시인은 예언자, 대언자가 되어 매우 어두운(팔현금의 곡조가 어울리는) 현실에 틈을 냅니다. “가련한 사람이 짓밟히고, 가난한 사람이 부르짖으니, 이제 내가 일어나서 그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베풀겠다”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인용했는 지 알 수 없지만 모세오경(특히 출애굽기)과 구약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하나님의 구원의 패턴을 대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6절 “주님의 말씀은 순결한 말씀, 도가니에서 단련한 은이요, 일곱 번 걸러내 순은이다.”는 이런 맥락 없이 읽으면 오해되기 쉬운 말씀입니다. 우선 말과 말씀의 대결을 고려한다면 말씀이 순결(pure)한 것은 말이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은, 순은의 가치는 4절에서 오염된 말을 갖고 힘과 재산을 자랑하는 것을 무색케 하는 것입니다.
언어이론에 일상언어학파의 Speech-Act(화행)이론이 있습니다. 단순히 이해하면 언어 즉 말과 글은 행위하여 효력을 발한다는 것입니다. 오염된 말의 발화도 효력을 발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의 발화도 효력을 발합니다. 두 발화의 효력의 대결, 비교가 이 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어둡습니다. 대결의 결과에 대해 과거에 이미 역사속에서 보여준 경험대로 미래에 반드시 구원이 이루어 질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현실은 어둡기만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탄원으로 “말”합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1절)” “주님,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지금부터 영원까지,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시인의 탄원, 시인의 간구하는 말의 효력 Speech-Act 가 기대되는 지점입니다.
시편12편을 대하면 오늘 우리 시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거짓말과 진실을 가리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판을 흔들고 설치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언론권력은 “혀는 우리의 힘, 입술은 우리의 재산, 누가 우리를 이기리요”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상상력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요? 오염된 말을 이기고 정화하는 하나님의 순전한 말씀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믿음 속에서 기도하는 발화행위(locutionary act)는 탄원이라는 발화수반행위(illocutionary act)를 낳고 가련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베푸시는 발화효과행위(perlocutionary act)를 기대하게 합니다. 시절은 어둡지만 우리는 순전한 말(하나님의 말씀과 의인의 기도와 탄원)의 효과와 능력을 믿습니다.
삶,일,구원 (3191) 지성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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