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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6월 일상사연 _ 소중이가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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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7,141 회
작성일 15-06-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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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연


소중이가 준 선물



홍순주 / (서서울 IVF 대표간사, 본 연구소 실행위원)


작년 어느 봄날,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내가 임신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는 연락이었다. 잠시동안 멍했다. 결혼 5년만에 드디어 생긴 아기, 우리 부부가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소식이었다. 

  참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내와 아기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본 적도 없는, 아내 뱃속에 이제 겨우 콩알보다 작게 자리잡고 있을 그 생명이 귀하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아는 부모들 참 꼴불견이었는데 이제 그들이 이해가 되네. 잉태가 불러일으키는 감동과 행복이 이 정도인데 그렇게 열 달을 품고 낳아서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얼마나 귀할까. 그러다가보면 세상에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아는 사람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구나.’

  그 기쁜 소식을 들은 직후에 떠오른 생각으로 그리 어울리진 않지만, 그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강렬히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저희 부부에게 아기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늦게 생긴 아기이다 보니 저희에게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행여나 저희 부부가 세상에서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아는 부모로 살게 될까 두렵습니다. 저희가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아기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고 그렇게 대하는 삶 살게 해주세요.”

  내가 임신소식을 듣고 나서 드린 첫 번째 기도였다. 나는 그 깨달음이 하나님께서 이 아기를 통해 우리 부부에게 주시는 메시지라고 느꼈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의 태명을 ‘소중이’로 지었다. 이 아기가 우리 부부에게 참으로 소중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이 아기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평생 기억하고 살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음날부터 늘 만나오던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들의 부모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가 새삼 느껴졌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귀하게 보였다. 경이로울 정도였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할 때에도 그도 역시 그 부모의 소중한 아들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다소 누그러지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참 많이 슬프고 아팠다. 소중이가 일깨워준 깨달음으로 인해 더 아팠던 거 같다. 유가족들이 잃은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들의 ‘소중이’였을테니까. 그게 절절히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다.

  아픈 시절에도 시간은 흘러, 작년 겨울 소중이는 건강히 이 땅에 태어났다. 이웃을 돕는 삶을 살라는 소망을 담아 ‘넉넉할 유’에 ‘도울 찬’, 유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느새 생후 6개월이 되었는데, 밝고 맑은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 아픈 시대에 이 아이의 엄마아빠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깊어져간다.

세월호 이후에도 세상은 한 뼘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우리 부부는 그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소중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를 기억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매순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훈련하고 있다. 

  이것이 이 사랑스런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준 소중한 깨달음이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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