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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연정에서]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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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6,012 회
작성일 16-03-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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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정(常戀亭)에서… -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1)


홍정환 자료개발위원


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 지자(知子) : 호는 적신(赤身). 3M 정신(맨몸·맨주먹·맨땅)을 몸소 실천하기에 그리 부른다. 맨주먹으로 상연정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이 얼마나 가치롭고 고귀한 것인지를 연구·전파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혹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가득 지으면서도 맘에 안드는 일은 반드시 지목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를 '지적신(指摘神)'이라고도 일컫는다.
  •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종'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 맹자(猛子) : 종자와 같은 시기에 상연정에 입문하여 동문수학(同門修學:같은 스승 아래에서 함께 배움)했던 제자. 타고난 성품이 호방(豪放)하고 용맹(勇猛)하여 맹자(猛子)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한 여인을 만난 후 무엇에 씐 듯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종자는 그를 사랑에 눈먼 맹자(盲者)라고 부른다.
  • 미희(米姬) : 맹자가 사랑하는 여인. 쌀집 맏딸로 태어나서 미희(米姬)라고 부른다.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일을 거들면서 터득한 사업수완이 보통이 아니며 자기주관이 뚜렷한 알파걸. 맹자는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이후 ‘당신은 아름다운 여인[美姬]이오’라는 찬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쳐왔다.

지자는 물끄러미 눈앞을 바라보았다. 막쪄낸 대게의 다리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고 있었다. 참치와 광어, 우럭 등의 다양한 생선회가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돌리자 빈속을 달래라고 마련한듯한 따끈한 전복죽과 눈으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게살스프가 보였다. 지자의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아, 이곳은 정말이지……’

그때! 지자의 상념을 깨뜨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스승님, 이곳이 바로 낙원 아닐까요?”

어딜가든 지자의 곁을 떠나지 않는 충성스런 제자, 종자의 목소리였다. 종자는 고급 씨푸드 뷔페(seafood buffet)의 풍요로움에 넋을 잃은듯 입가로 한 줄기 가느다란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과연 이곳은…….”

“낙원은 무슨! 거 과장이 심하구만! 아 스승님, 구경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어서 드셔야지요!”

190cm에 육박하는 큰 체구를 가진 남자가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호랑이의 그것처럼 무성한 눈썹을 실룩거리며 웃었다. 내심을 들킨듯한 지자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 좀 낮추게. 이거 원 창피해서.”

“내 돈 내고 내가 밥 먹는데 말 좀 크게 하는게 뭐 어떤가? 자네는 여전하구만.”

“자네야 말로!”

지자는 열심히 접시에 음식을 담는 한편 두 남자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종자와 대화하는 남자 역시 자신의 제자였다. 거대한 체격에 호탕한 성격으로 맹자(猛子)라는 이름을 얻었던 제자. 비록 지금은 상연정을 떠났지만 이렇듯 수시로 스승을 찾아와 식사를 대접하는 기꺼운 제자였다.

‘역시 종자, 맹자 이 기수 애들이 착해.’

지자는 핑크빛 속살을 뽐내는 훈제연어에 홀스래디쉬 소스와 케이퍼를 얹으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그런데 제수씨는 언제 오는가? 결혼 전에 같이 인사드리러 온다면서 왜 자네만 온거야?”

“같이 오려고 했는데 회사일이 좀 늦게 마친다네. 이해해주게.”

“이 친구, 벌써부터 꽉 잡혀사는구만.”

맹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종자는 질문을 계속했다.

“신혼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요즘은 신혼부부를 위한 아파트도 있다던데.”

“벌써 알아봤는데… 아이가 있어야 우선순위에 들어간데서 일단은 포기했네. 아파트 싸게 얻자고 속도위반할 수는 없지 않나. 어째어째 전세대출로 간신히 해결했어.”

“그랬구만. 참, 이사한 후에 교회는 어디 출석하기로 했나?”

갑자기 맹자의 얼굴이 굳었다. 매사에 당당한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다.

“…… 그게 제일 고민일세. 오히려 전셋집 구하는게 교회결정보다 쉬울 정도야.”

“좀 자세히 말해보거라.”

지자는 우물거리던 연어 샐러드를 꿀꺽 삼키고는 따뜻하게 말했다.

“스승님, 상연정에 있을 때도 교회 때문에 많이 고민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엔 고민이 더욱 커졌습니다. 스승님 아래에서 배웠던 신앙 공동체와 성도의 삶에 대한 가치를 붙들고 살기에는 교회의 현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더냐?”

“예. 무엇보다 메시지에 많이 갑갑해했습니다. 중산층 이상을 위한 맞춤형 메시지, 그리고 교회 일이 곧 주님의 일이라는 지극히 교회 내적인 메시지를 들으며 얼마나 스승님 생각이 났는지 모릅니다. 그뿐입니까? 가끔은 교회 안의 갈등을 적당히 봉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느낌마저도 받았습니다.”

지자는 맹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더냐?”

“아닙니다. 섬김과 봉사의 가치가 교회 조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한정되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한 이해도 해외선교나 사회봉사활동 정도였습니다. 스승님께 배우기로는 하나님은 우리 6일의 삶 자체를 예배로 받으시는데, 기존의 교회는 너무 교회 안으로만 영역을 제한하려 드는 것 같았습니다. 스승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치셨잖습니까, 진정한 교회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attractional) 보다는 성육신적(Incarnational)으로 사람들 곁에 찾아가야 한다구요.”

“또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뿌리를 내림으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의 다양한 즐거움 속에서도 신비함을 맛볼 수 있는 메시아적 영성(Messianic spirituality), 그리고 신약교회의 역동적 모습을 있게했던 사도적 리더십(Apostolic leadership)도 함께 가르치셨지.”

언제 꺼냈는지 종자는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 읽고 있었다. 맹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수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도무지……. 스승님, 그래서 새로 교회를 선택하는 일이 너무 두렵습니다.”

“자네가 맘 고생이 많았구만. 이사갈 곳 근처의 작은 교회를 좀 살펴보지 그랬나?”

“그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네. 하지만 개척교회라고 해도 의사소통의 문제, 내부지향적인 사역의 문제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같더구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 될 사람이 규모가 작은 교회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

“흥,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하려는거 아닌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갈만 하나 올려놓는 것 처럼, 적당히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교회를 고르려는 마음 때문에 갈등되는건 아니구?”

“종자야, 그만하거라!”

지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종자는 물론 종자의 말을 들으며 눈썹을 치켜세우던 맹자도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라! …… 맹자야.”

“예, 스승님.”

“앞으로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내 많은 제자들이 이상에 부합하는 교회를 찾아 다니는 것을 보았느니라.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원래 다니던 교회로 돌아갔었지. 어떤 아이는 주일학교 교육 때문에 큰 교회에 등록하기도 했고, 또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대대로 신앙생활하던 교회라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었다. 교회에 대한 고민은 많아도 정작 어떤 결단을 하기 힘든 것이 너희들의 실제 삶인 것을 내 잘 아느니라.”

“스승님…….”

맹자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종자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맹자 너는 이대로 다른 사람들처럼 흘러가기는 싫겠지?”

“싫습니다. 저는 배운바대로, 믿는바대로 살고 싶습니다! 스승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르침을 주십시오.”

맹자의 눈은 언제 그랬냐는듯 물기가 걷힌채 강한 광채를 뿜어냈다. 지자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한 번 결정하면 추진력은 일품인 녀석이니 여기서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앗! 스승님, 그 이야기는 잠시만……. 저기 입구에 들어온 여자가 저와 결혼할 자매입니다.”

맹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살결이 희고 키가 큰 서구형의 미인이 있었다. 맹자는 손가락을 거두며 지자에게 말했다.

“스승님, 조금 전에 하던 이야기는…….”

“걱정 말거라. 나중에 따로 다시 하자꾸나.”

이윽고 여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여인은 지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미희라고 하옵니다.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로구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인듯 하면서도 어찌보면 맹자 네게 과분한 여인인 것 같구나. 허허.”

지자는 뒤늦게 합류한 미희에게 식사를 권했다. 

씨푸드 뷔페의 다양한 메뉴를 푸짐히 즐긴 후 사람들은 후식을 선택했다. 지자는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부은 아포가또를 음미하며 맹자와 미희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두 사람이 다른 준비는 다 된 것 같은데 아직 교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 같더구나. 내 이번에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새로운 교회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을 가지려 하는데 두 사람도 참석해 봄은 어떨꼬?”

“스승님, 외람되지만 혹시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같은 이야기를 하시려는 것이라면 저는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미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맹자는 안절부절하며 미희와 지자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지자는 여유롭게 웃었다.

“허허, 자기주장이 분명한게 마음에 드는구만. 걱정 마시게. 일찍이 하워드 스나이더 선생은 ‘우리는 매크로 마니아도, 마이크로 마니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DNA다’라고 말씀하셨지. 마침 두 사람을 위한 선물로 책을 가져왔으니 함께 읽어본 후에 상연정에 들러주시게.”

지자는 「새로운 교회가 온다」는 제목의 책을 맹자에게 주었다. 

“자, 오늘은 이만 일어나도록 하자꾸나. 종자야, 너도 어서 갈 준비를 하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종자는 후식코너의 쿠키를 티슈로 싸서 가방에 넣었다. 살짝 열린 종자의 가방 틈새로 지자가 좋아하는 루이보스차 티백이 한 움큼 보였다. 지자는 무한한 신뢰를 담아 종자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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