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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6월 일상사연 - 장원두님(컴퓨터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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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4,583 회
작성일 20-05-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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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대학에서 교수(컴퓨터 공학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수의 일은 교육, 연구, 연구비 수주, 학생 지도, 그리고 학교행정입니다. 교육은 강의를 준비하고 수업 시간에 가르치는 일이며, 연구는 다른 사람이 아직 잘 모르는 일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는 일, 학생지도는 상담등을 통해 학생들의 길을 인도하거나 보여 주는 일입니다. 연구에는 돈이 필요하며, 학교 수입의 일환이 되기 때문에 연구펀드를 수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교회 수련회에서 비젼을 놓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선 제가 다른 사 람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선교에 대한 마음도 생겼던 터라, 교수선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뿐 아니라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죠. 국내대학에서 석사,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년간 몽골에 있는 몽골국제대학교에서 교수선교사로 사역하였습니다. 현지대학의 형편상 월 30만 정도의 주거지원비만을 받으며 일했지만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3년 반 동안 서울 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였고, 현재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아침에 일어나 연구실에 도착하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 후, 강의동영상 제작에 돌입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변화된 일상이네요. 원래라면,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시간에 맞추어 강의실에 들어가지만, 요즘은 강의자료가 준비되면 동영상을 찍고 편집한 후, 유튜브와 학교 웹페이지에 업로드 합니다. 매일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틈틈히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고, 과제 채점을 하고 나면 평균적으로 오후 4시 정도입니다. 잠시 한숨을 돌린 후, 저녁식사 전까지는 학교행정일과 메일답변, 대학원생 면담 등을 진행합니다. 밀린 행정업무, 개인 연구등은 보통 저녁식사 이후나, 수업이 없는 날 하고 있습니다.

막상 일과를 적고 보니, 일 중독이 아닌가 의심되는 스케쥴입니다만... 교수직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는 스케쥴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낮 시간에 학교로 방문하시는 분들 을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급한 일이 있을 때 시간을 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의 절대량이 많기 때문에,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새벽까지 일하게 되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방학중에는 학기중에 못한 연구, 외부세미나 참석, 다음학기 수업 준비 등의 업무를 합니다. 물론 휴가를 내어 쉬기도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저는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아직 다른 사람이 아무도 하지 않은 주제를 찾아내고 연구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업 초반에 해당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이, 한 학기의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진로, 학업방법,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어려워하는 학생을 상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보람된 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저 자신에게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습니다. 연구를 좋아하지만, 강의 준비와 학교 행정등으로 인해 연구를 할 시간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잘 지도하려 애쓰지만, 학생들에게 충분히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거나,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학생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며 도우려 하지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 번 학기에는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힘도 들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쉽진 않지만, 기도하면서 불필요한 스케쥴을 최대한 줄이고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대가를 받는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현대 사회에서의 대부분의 일은 사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그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교육', '연구', '지도' 등의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는 것만이 이 일과(日課)와 일의 목적이라면, 최소의 활동을 통해 최대의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 이 일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돕길 원하시며, 현실 속에서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돕는 역할로 부름받았다고 믿습니다. 교육과 지도를 통해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편의에 적게나마 일조합니다. 사람마 다 부르심을 받은 역할은 다 다르겠지만, 제게는 이런 부르심에 대한 생각이 제 성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교회(예장 합동)에 다녔고, 교회 청년부에서 함께 참여했던 YWAM 미션 컨퍼런스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경험은 영적 체험과 감성적인 부분이 자라나게 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교회 청년부와 IVF활동을 하며 말씀을 보며 분석하는 법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영국 성공회, 일본, 몽골의 교회에서 다양한 형제자매들과 교제를 나누며 사람과 신앙의 다양함,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 "내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신앙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조직에 있으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잘못된 결정들을 보곤 했습니다. 그 관행 자체에 맞설 용기를 내지는 못 하였으나,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하게, 약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어느덧 조교수라는 직위를 가지게 된 지금, 오히려 그 관행을 제가 만들고 있지는 않나 이 글을 쓰며 반성해 봅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난 일들과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여러 추억이 떠오릅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추억이란 것은 지난 시간을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서 적은 글의 내용은 제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이상적으로 포장해 놓은 것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실수도 잘못도 많지만, 그 방향성은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위의 질문들은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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