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일상사연 - 순망치한(김종호 간사, 한국기독학생회 IVF 대표) > 일.삶.구.원 이야기

(김종호 간사, 한국기독학생회 IVF 대표)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귀한 줄 모르고 지내던 것인데,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말입니다. 일상생활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밥먹고 잠자고 직장 다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어찌보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질병이나 위기 등으로 깨지게 되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상은 이처럼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빼앗겨보지 않고는 그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입니다.

그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신학적, 철학/인문학적, 사회학적, 실제적 의미를 찬찬히 풀어내고, 어떻게 살아야 우리의 신앙이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안내해준 귀한 사역을 해온 곳이 바로 일상생활사역연구소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주일에, 공간적으로는 예배당에" 가둬버린 신앙을, 일하고 밥먹고 사람 만나며 보내는 일상의 현장으로 끌어내 회복시키는 귀한 일을 해온 곳이 본 연구소였습니다. 본 연구소의 사역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이 소중한 자리이고, 보내심을 받은 사역의 현장이고,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상이라는 화두가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고 신앙을 생활과 통합해야 한다는 의식도 확산되었습니다. “미션얼”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 신앙의 승부처가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현장임을 밝혀주었고, 그 밖에도 Seize Life 연구지, 스터디 모임, 일상생활사역주간 등의 사역을 통해 우리 삶 전체가 하나님의 진정한 통치 아래 회복되는 꿈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간의 소중한 사역과 결실에 감사를 드리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본 연구소를 통해 젊은 연구원과 동역자들이 성숙해가고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일꾼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연구소가 IVF로부터 독립할 때가 되었습니다. 발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계가 되기도 했던 캠퍼스 사역 중심의 IVF를 떠나 더욱 분명한 존재감과 목소리를 갖는 연구소로 성장해 가기를 축복합니다.

본 연구소를 설립하고 10년 넘는 세월동안 성숙시켜 오신 지성근 소장님의 노고를 기억합니다. 인생의 후반전에 정말 중요한 화두를 붙들고 한 길을 걸으며 정진하셨습니다. 저는 앞으로 독립한 연구소를 지속적으로 후원할 것입니다. 이 사역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후원하며 건강하게 살려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 뉴스레터의 독자분들도 꼭 후원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쓰면서 본 연구소가 제게는 입술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본연구소가 IVF 공동체를 떠나 독립한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에 서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늘 큰 나무였고 선배로 IVF 사역 전체를 품어주신 지성근 간사님의 역할과 존재를 다시 기억하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 연구소를 통해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일터가 주님의 주권 아래 회복되는 비전이 실제가 되는 일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