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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2018년 12월 일상사연 - 인터뷰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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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18-12-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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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그려 보이겠노라는 야심찬 선언으로 시작해 10개월이 흘렀습니다. 터무니 없이 비대했던 자아는 10개월간의 만남을 거치며 소박하게 위축되었습니다. 만난 분들의 절절한 사연을 귀담아 들을 때는 행복했지만, 어줍잖은 말 몇 마디를 덧붙여야 하는 시간이 오자 두렵고 부끄러워 글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위풍당당한 호랑이 대신 털이 거칠고 거동이 불편한 길 고양이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아들이며, 아내의 남편이고, 딸의 아버지입니다. 여성의 존재가 없으면 제 존재도 없지만, 지금 저는 분명 남성입니다. 여성 그리스도인의 일상생활을 탐구해온 지난 일년여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저는 제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기간 동안 만난 분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평소 제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연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글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 몇 가지를 두서 없이 나열한 것입니다. 원래 의도는 열 분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구상대로의 글을 쓰기에는 역량도 시간도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용으로 가득한 거친 글을 먼저 쓰게 되었습니다. 해량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결혼이 그야말로 ‘일대사건’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결혼은 남성의 생에서도 중요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결혼 때문에 진로를 근본적으로 수정했던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일대사건’이라는 말의 의미가 쉬이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을 졸업한 어느 연구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졸업하고 배 탄 친구들 중엔 벌써 선장을 바라보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 친구는 언론에서 기사로도 나왔죠. ‘한국에서 여자 선장 나오나?’ 이런 제목의 기사……. 그 친구가 항해사로 일하는 곳은 한국 선박회사는 아니고 해외 선박회사예요. 배 타는 친구 말고도 다른 방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요, 공통점이 다들 결혼을 안했다는거예요.”

결혼 때문에 사회생활의 지속 여부 자체를 고민하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연구참여자는 자기 주변의 여성 중 전문적인 사회생활을 지속해가는 사람들은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참여자는 교회 청년부에서 기도제목을 나눌 때,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결혼이 기도제목이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학부에서 청년부로 올라왔을 때 되게 충격적이었던게요…… 기도제목을 나누는데 나이가 좀 있는 언니들은 전부 결혼에 대한게 기도제목이었어요. 되게 충격이었어요. 아, 제거 전반적인 기도제목!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청년부는 결혼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거예요. 결혼하면 진급! 꼭 유년부에서 초등부, 중등부…… 올라가는 것과 같은 방식인거죠. 결혼을 못하면 청년부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청년부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계속 가정에 대한 것들이예요.”

한 번은 결혼 전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던 연구참여자에게 그 단체의 ‘여성 리더십’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연구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여성리더들은 대부분 싱글이었어요. 아니면 단체 내부에서 만나 결혼한 사람이었구요. 그나마도 결혼한 사람보단 싱글인 사람 쪽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나이가 좀 있고, 오랜 시간 동안 몸 담은 사람들이 리더로 세워졌는데…… 단체 외부 사람과 결혼하고도 계속 리더십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남자들은 있었는데, 여자들은 그런 경우를 못본 것 같네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회생활과 교회생활에서 결혼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사고방식이 여러 각도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말하는 연구참여자도 있었으니까요.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시나봐요?”
“네,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주위를 보면, 결혼생활이란게…… 그걸 겪으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결혼을 하긴 해야겠고…… 그걸 못하게 되어 도태될까 걱정되요. 인격이 미성숙할까봐.”

이른바 ‘결혼적령기’라고 일컬어 지는 시기를 지난 사람을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위에 인용한 연구참여자의 말을 빌리자면 ‘도태’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엄연히 실존하고 있습니다. 연구참여자들은 교회 내부에서 이러한 시선을 받아내는 것의 어려움을 여러 각도로 호소하였습니다.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내는 억압을 몸으로 겪으며 내놓은 호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구에 참여해주신 50대 중반 이혼 여성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다섯 번째 주일에 ‘삼세대 연합예배’를 드려요. 3개월에 한 번 정도 돌아와요. 같은 좌석(사람이 많으면 한 좌석을 중심으로한 주위)에 할머니, 할아버지, 며느리, 아들, 딸이 같이 앉아요. 제가 이 교회에 출석한지가 20년쯤 되었는데, 지금 목사님이 오신 후부터 삼세대예배를 시작했어요. 처음 삼세대예배 드릴 땐 ‘외가정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둘러보면 장의자 하나가 모자라서 몇 줄에 걸쳐 안아야 하는 가정도 있었어요(교회 안에 친인척이 많음). 두, 세 줄에 걸쳐 앉고 웅성거리면 되게 부러워요.”

그 동안 연재된 열 편의 인터뷰는 남성인 저로서는 일부러 찾아가 듣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세계와 그 세계의 일상생활을 담은 것입니다. 물론 글 열 편이 여성들의 생활세계를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이라고는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남성 인터뷰어에게 털어놓지 못할 깊숙한 이야기가 얼마든지 더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열 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민, 하얀, 지영, 민트, 코바늘, 서현, 나오미, 혜민, 구름, 산책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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