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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10월 일상사연 - 김주은님 (프리랜서, 홈워커,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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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0-10-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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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상사연 보러 가기 => https://1391korea.net/bbs/board.php?bo_table=main_story&wr_id=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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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저는 현재 부산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극복을 위해 제공하는 ‘희망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희망일자리는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에서 생활방역, 재해예방, 청년지원과 같은 8개 영역에서 공공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저는 부산시청에서 매일 4시간 동안 공무원들의 일을 돕는 ‘청년지원’으로 일한지 한 달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지원한 회차의 희망일자리는 약 4개월 정도의 한시적인 일자리 형태입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저는 2016년 아이를 출산한 뒤로는 정시 출근을 요하는 일이 아닌 재택근무 형태로 3년 동안 일을 했었는데 그마저도 하루 2~3시간 정도의 작업이면 끝나는 아주 소소한 일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출산 이후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아이를 혼자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최근 한 2년 동안은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전공인 중국어를 살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정부 지원으로 몇 몇 자격증을 더 취득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혼자 키우다보니 야근 부담이 적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며 수입 또한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은 욕심에 진로를 결정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어린이집 및 학교의 휴원 명령이 장기간 지속되고 근 6개월이 넘는 시간을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며 지내다가, 얼마 전 우연히 부산시의 희망일자리 사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3년간 일하던 재택근무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라 주저 없이 희망일자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희망일자리를 시작한 이후에는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했다가, 아이의 하원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더 일찍 퇴근해 주로 집안일을 하며 아이의 하원을 기다립니다. 저녁 시간은 아이와 둘이서 보내거나 자택 가까이에 있는 친정집, 혹은 지인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사실 이 일자리를 지원한 이유는 오랜 재택근무로 인한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개선하고 코로나19 이후 오랜 시간 지속된 가정보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주는 규칙성과 부지런함이 아주 유익한 것 같습니다. 아이 역시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야하는 가정보육보다는 어린이집에서의 긴급보육을 즐거워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희망일자리라는 공공근로 형태의 일자리가 주는 ‘애매함’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희망일자리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일자리를 만들어 내어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하거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주는 사업으로, 어떤 영역에서는 생활방역, 학교방역 등 뚜렷한 행위와 목적이 있지만 또 어떤 영역에서는 할당받은 일이 적거나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청년지원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구청이나 시청 등의 특정 부서에 ‘취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가는데, 기존 직원들이 하고 있던 일을 조금씩 할당받거나 소소한 심부름으로 하루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들어와 보면 기존 직원들이 3~4개월씩 바뀌는 공공근로자나 취업연수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 않고 실제로 할당되는 일도 아주 적습니다. 제 업무를 예로 들자면,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탕비실 정리, 우편물 전달, 복사용지 채우기 등 저에게 할당된 일을 다 하고 나면 겨우 30분이 지납니다. 그럼 저는 아침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누군가 일을 시켜줄 때까지 자리에 앉은 채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하루 평균 1~2건의 심부름을 할 때도 있지만,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퇴근하는 날도 많습니다. 한 부서 안에는 약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지만 매일 보는 공공근로자와는 거의 말을 섞지 않습니다. 같이 밥을 먹거나 교제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공공근로자는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불편한 사람’ 혹은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제가 있는 자리가 일은 적게 하고 그에 비해 월급은 많이 주는 ‘꿀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써 이 자리를 경험해 보니 공공근로자로써 느끼는 공동체에서의 소외감, 교제의 부재, 인간성의 결여 등이 아주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장생활에 있어 일에 대한 성취감 이외에도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 또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와 같은 ’애매한‘ 공공근로자, 계약직, 비정규직들이 일터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갈증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혹은 구조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우선은 일을 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벌어서 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양한 일을 경험할수록 그저 내 배와 내 가족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주 무익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일터 안에서의 모습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써 구별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게 되고, 비록 4개월짜리의 소외받는 말단 직원이지만 이곳에서 내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들이 직장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만, 그 중 한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친밀함과 유대감을 가질 수만 있어도 직장생활이 훨씬 더 즐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어떤 큰일을 이루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삶의 영역에서부터 하나님의 선함과 인자하심을 닮아가길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땅 곳곳에서 나의 친밀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을 들어 찾아볼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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