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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2월 일상사연 - 한종무님 (조경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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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2,549 회
작성일 21-01-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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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일상사연 - 한종무님 (조경노동자) 


*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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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조경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연구소 소속은 아니고 연구소 협력업체의 용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조경노동자로서 일하게 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기 하나, 이 일을 하기 바로 직전 7년 동안 농사를 지었습니다. 약초와 과수(자두)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 전에는 대안학교와 학원에서 국어 선생으로 17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육체노동과 친숙하게 지냈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을 놓은 후 농사일과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 조경노동자로 일하기 전에 7년 간 농업에 종사했던 것은 지금 하고 이 일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5년 이상 농업에 종사한 것을 증명할 수 있으면, 조경기사와 산림기사 등 산림과 농업 관련 기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일과는 평범합니다. 출근하여 오전 9시~11시 30분까지 오전 작업,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오후 작업 한 후, 오후 5시~6시까지 정리 작업을 한 후 6시에 정확하게 퇴근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움 아닌가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고, 아들에게 양육비도 보낼 수 있고.... 지금하고 있는 일로 인해 얻는 수입은 우리 사회의 기준에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농사 지을 때보단 훨씬 낫습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이 일을 그만두게 되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겁니다. 농사를 실패하고 대리 운전할 때처럼.....

일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힘듭니다. 생계를 위해 하게 된 일이지만, 저하고 잘 맞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하는 일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어렵고, 관련된 공부도 해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관계도 어렵습니다. 가치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어렵고,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될 때가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힘이 듭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일터가 공공기관이라서 그런지 업무가 그다지 힘든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주어진 업무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경과 관련된 직접적인 업무는 힘들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관계가 어렵습니다. 특히 조경을 책임지는 팀장이 조경을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고, 원청과 상급자의 생각만 따르려고 하는 경우가 많으며, 팀원들과 의사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였습니다. 따라서 제가 입사하였을 당시 조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매사에 부정적이었으며, 팀장과 원청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조경은 농사와 비슷하여 나무와 꽃 등 생명체를 다루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특히 전체적인 미관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고 시설관리의 측면에서 비중이 크지만, 일을 해도 그리 표가 나지 않는 편이고 존재감도 그다지 없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하고 있는 공간이 석사나 박사와 같은 연구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우리 같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더욱 그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입니다. 게다가 원청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의 처우가 매우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상황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있으며,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는 편입니다. 직원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들어주고 있고, 때로는 공감해주고 있지만 직원들의 사고방식에는 모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업무 자체 보다는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힘든 곳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팀원들이 때때로 업무에 태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으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팀원들의 호흡을 맞춰 일합니다. 팀장이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고, 팀원들과 관계는 좋습니다.

이 일터에서 만 2년 1개월 근무하는 동안에, 조경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소중함과 일 자체가 주는 의미에 대해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은 조경에 경험이 많은 제 또래의 사람들인데, 저는 매일 그들의 업무 성과에 대해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피드백을 해 주며 배우려는 자세로 그들을 대합니다. 그들을 존중하면서 항상 대화를 나누다보니, 우리 팀원들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일도 일이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일터를 즐겁게 합니다.

일을 할 때와 인간관계를 할 때나 몸에 배어 있는 대로 행동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제 영성이 일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겠지요. 따라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요즘은 많이 태만한 편입니다. 우리 팀원들은 제가 그리스도인인 것을 압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지금 하고 일 뿐만 아니라, 2~3년 전 농사에 실패하여 대리운전을 한 적이 있었고, 그 일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네 차례 정도 올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받은 형제자매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같은 신앙으로 관계 맺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역시 ‘어떤 일을 하느냐? 얼마나 버느냐?’ 보다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은 큰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어렵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와 신앙으로 관계 맺은 사람들은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 많고, 지식도 많은 사람들이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체노동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직을 하는 등 생활이 어려워지고, 알맞은 일자리가 없다고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솔직하게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격려하고 권면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성령의 교통하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듯합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청년들에게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말고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서 일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니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바른 신앙으로 훈련받고 생활해 왔다면, 어떤 일이든지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인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에 대한 인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더군요. 주변에서도 서로의 삶을 격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일터에서 관계의 기본은 ‘존중’입니다. 제가 대리운전 할 때나 지금하고 있는 조경노동을 할 때나 사람을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힘이 듭니다. 따라서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누구든지 간에 ‘존중’하려는 마음을 지니면서 일을 하게 되면, 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사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먼저 존중해 주면, 일터에서 관계가 떳떳해지고 불편한 마음이 덜하지 싶습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배우려고 하고,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성삼위 하나님의 관계로부터 우리의 일과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위의 질문들은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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