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여는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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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8-03-01 15:58본문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일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거부감이 들었다는 것은 “늘 바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거야?”하는 마음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빨래를 세탁기에서 들어 빨랫대에 걸 때나 음식물쓰레기를 치울 때 “내가 도와 주지!”하는 태도로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은 아내가 할 일이라고 이런 일은 아이들이 할 일이라고 나는 가끔 도와 줘도 대단히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사람을 살리는 “살림”이라는 의식이 일상생활사역을 강조하는 저에게 다가오고 나서 집에서 가정에서 내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차츰 체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지독하게 어질러 놓고 치울 생각을 잘 하지 않는 딸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엄청 잔소리를 늘어 놓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그래, 내가 힘이 남아 있을 때 도와 주지”하면서 방을 치워 놓곤 합니다. 물론 아직도 가정 속에서 성 역할 고정적 사고방식이 이런 저런 삶의 흔적으로 남아 있긴 하겠지만 나 자신 문제의식을 놓지 않아야 할 일입니다.
대학교 다니는 막내가 중학교 시절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표류하고 있을 때 “애완동물을 기르면 생활에 활력을 얻겠다” 하여 유기동물센터에서 고양이를 데려와서 며칠 만에 명을 달리하여 떠나 보내고, 또 길에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도 데려와서 며칠 있다 제 손으로 땅에 묻어 줘야 했었습니다. 그러다 남이 기르던 믹스견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왔고 6-7년째 베란다에서 거실로 이제는 가끔 방안으로 서식지를 이동하면서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중입니다. 털 날리고 냄새나는 것 때문에 지독하게 동물 기르는 걸 싫어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집안에서 동물 기르는 것을 상상도 하지 않았던 내가 집에서 동물이 기어 다니고 털을 날리는 걸 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가끔 피조세계의 구원을 우리 집 강아지를 보면서 하는 제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인간중심적 세계 이해는 삶의 깊은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앙의 이름으로 권위를 실어 강화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 방위적으로 이런 세계관이 붕괴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론의 변화가 생활의 변화를 낳기도 하지만 더 강력한 것은 생활의 변화가 더 심오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 같습니다. 때론 이런 과정을 통하여 이론과 관점 마저도 바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권력을 가지게 되기 보다는 무력해 지는 경험 혹은 삶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는 경험에서 오는 겸손해짐등을 통하여 얻게 되는 생활 속 발견들은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선물들이 내 신학적 틀, 성경을 보는 방식을 바꾸기를 원하고 그리하여 일상생활의 영성과 신학도 깊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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