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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여는사연 | 노년의 삶에 대한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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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391
댓글 0 건 조회 504 회
작성일 23-06-3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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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여는사연

노년의 삶에 대한 상념

요즘 연구소 식구들은 부모님 병수발을 비롯한 노령의 어르신들 돌봄이 큰 이슈입니다. 응급실 출입을 하시거나 갑작스런 수술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거나 요양병원에 들어가신 분도 계시고, 오랜 지병에 고령이라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시설에 나가시는 것도 힘들어 지시기 시작하면 직접 모시고 살지 못하는 형편에서 고민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어제 저는 85세 모친을 모시고 대학병원을 방문한 길에 지하 1층에 있는 연명의료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서명을 했습니다. 노인이 되면서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들이 많이 생기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거나 돌봄을 요청해야 할 때 어떤 심정일까 요즘 생각이 깊어집니다. 최근 주변의 많은 노인들이 주일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들으면서 그동안 전혀 생각도 고려도 해 보지 않은 것이라 놀랐습니다. 노인이 되면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는 데 대부분의 교회의 화장실이 거리가 멀기도 하고 모임 중에 굼뜬 몸으로 들락거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하여 아예 교회 출석을 포기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은 젊어서는 해 보지 못하던 범주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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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영안 교수는 “일상의 철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제가 일상의 철학을 전개하는 방식은 세 단계입니다. 이 세 단계를 밟아가며 묻습니다. 첫 번째, 일상의 현상학입니다. 그냥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생각하지 말고 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일상의 해석학입니다. 일상의 의미, 구조 등을 파악하려는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일상의 윤리학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제가 시도하는 일상의 철학은 이렇게 현상학, 해석학, 윤리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노년의 삶, 늙어간다는 것 역시 일상생활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우리 모두 자연스럽게 노화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기에 노년의 삶, 노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그런 노인의 삶의 구조와 의미를 살피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노년의 삶, 노인의 현상학, 해석학, 윤리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생사학 또는 따나톨로지(Thanatology죽음학)를 통해 이런 문제를 살펴보고 의미와 함께 삶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노력도 있습니다. 아무튼 저희 연구소 구성원의 생애주기도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 지점에 와 있기 때문에 이 문제 역시 향후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것입니다. 

이런저런 고민 속에 어젯밤 독서 중에 다음의 글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 2) 매우 고독한 걸음, 두려움을 주는 말이지만 “하지만 그 고독한 한 발짝 너머에 무의 공포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에 참여하는 기쁨이, 관계의 해체와 단절이 아니라 충만과 완성이 있으리라”3)는 대목에서 위로와 안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 교회에서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으로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는데 이 요리문답의 도입질문과 답문이 매우 목양적입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청년의 삶에도 노년의 삶에도 우리에게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삼위 하나님 안에, 삼위 하나님과 동행하는 걸음에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의 7월의 걸음이 그런 걸음이기를...

 

삶,일,구원 (3191) 지성근 목사

 

 

 

  • 1)  https://cemk.org/magazine_article/9242/ 참고
  • 2) 헤르만 헤세, 질문하는신학 765에서 인용
  • 3) 김진혁, <질문하는 신학>, 복있는사람, p.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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