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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8월 일상사연 - 고은영님(사서 & 마을활동가, 맨발동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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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740 회
작성일 24-07-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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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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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사립공공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에서 사서로, 마을활동가로 지내고 있어요.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도서관의 3대 요소라 하면 공간, 장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어릴 때 부터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했어요.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냥 책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친구처럼, 때론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지처럼 책과 함께 지내왔던 것 같아요.
‘사서‘라는 직업은 대학교 때 알게 되었는데, 이미 다른 전공을 선택한 터라 진로에 대한 여러 고민과 방황 끝에 돌아돌아 문헌정보학과로 다시 편입하게 되었고, 뒤늦게 꿈꾸던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게 벌써 14년이 되었네요.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보통 6시30분에 눈을 뜨면 15분 동안 모닝페이지를 적어요. 밤새 꾼 꿈이라든지, 요즘 주로 생각하고 있는 거라든지… 그 순간 의식의 흐름대로 연필을 끼적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직장이 바로 코 앞이다보니 출퇴근 시간 합쳐서 5분?! 아침 시간이 굉장히 여유로운 편이지만 그럼에도 자주 지각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멋쩍은 웃음;;)
9시까지 출근하면 동료와 함께 30분 동안 책을 윤독하면서(요즘 읽고 있는 책, <천상의 노래> 비노바 바베/실천문학사) 마음을 단장합니다.
그리고 도서관 오픈하기 전 30분 동안은 청소를 하는데, 도서관 구석구석을 청소기와 물걸레 밀대로 밀면서 오늘 하루 마주하게 될 이용자들을 생각합니다. 이 시간은 예전부터 선배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업무 중 하나로, 마치 청소하는 행위가 기도하는 자세 같기도 하답니다.
10시부터 18시까지(금요일은 21시, 주말은 17시) 본격적인 업무가 이어지는데, 주로 데스크에서 이용자들을 만나기도 하고(대출/반납/참고서비스 등), 요일별로 동아리 모임을 하기도 하고, 물 속 백조의 발길질처럼 사무실 안에서 바쁘게 이것저것 하다보면 하루가 정말 금방 지나가요. 
일이 많으면 자발적인 야근을 하기도 하고, 화요일에는 인근 책방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수요일에는 해금을 배우고 있어요. 
아무 것도 없는 날에는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고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죠. 
요즘에는 가능하면 꼭 12시 전에는 자려고 해요.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앞에서 말한 도서관의 3요소 중 ‘사람’ 부분이 그것인 것 같아요. ‘책’과 ‘공간’만 생각했지 ’사람‘을 크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책과 사람을, 특히 제가 일하는 곳이 마을도서관이다보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들이 많은데 극I 성향인 저는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저는 사무실에 박혀서 하루종일 서지 입력하고 자료 정리하는 일을 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랍니다.ㅎ)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적절한 책과 정보를 전해주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을 경험할 때 즐거움과 보람을 느낍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에 대한 욕심이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만 어릴 때 부터 돈의 가치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성경에서, 교회에서 배운 것 같아요. 올해 이 직장에서 14년차 일하고 있는데, 보통 월급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저는 이곳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오히려 많이 배우고,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족하고 있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최근 몇 년간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서 신앙생활에 대한 공동체적인 갈급함과 고민이 있었는데,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근무를 조정해서 Church M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7월 예배 때 ’넘치도록 충만하게 사랑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으로 다양한 나눔을 했는데, 그 속에서 느슨하지만 풍성한 신앙공동체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7. 위의 여섯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하나 하나 적어보면서 나의 일과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일에 대한 태도와 마음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이었달까요? 주어진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아름답게 잘 보내고 싶습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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