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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7월 일상사연 "각자성석 刻字城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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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6,404 회
작성일 12-07-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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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성석 刻字城石


이병철 학사

연세대 사학과 강사, IVF 6070 학사회


지난 6월 6일, 교회의 북악성곽길 등반은 오랜만에 즐거운 소풍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우리 교인들과 함께 가는 첫 산길이었고, 더구나 작년 8월 말 큰 산행 이후로 가을에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여 오랫동안 산에 가지 못하다가 처음 움직이는 것이어서 진작부터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단체사진을 보니 모두 34명이 이 날 산행을 같이 하였습니다. 무척 더운 날이었고, 그리고 모든 교인이 걷기에는 경사가 심해 무리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 사고 없이 산을 내려올 수 있어 감사하였습니다. 평지에서도 얼마든지 넘어질 수 있고 실수 할 수 있는데, 돌계단으로 이어진 성곽길에서 모두 안전하였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와룡공원부터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북악산 구간은 전부 성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벽은 당연히 돌들이 켜켜이 쌓아져 이루어진 것인데, 그 돌들 하나를 “성돌”(城石)이라고 부릅니다. 전체 40리가 넘는 서울 성곽에 얼마나 많은 성돌이 들었을까요? 

그런데 성벽에는 군데군데 성돌에 글자를 새겨 넣은 것이 눈에 띕니다. 그 글자를 각자(刻字)라 하고, 글자가 새겨진 성돌을 각자성석, 줄여서 각석(刻石)이라고 합니다. 이 각자는 성을 쌓을 때 공사를 맡았던 지역, 공사 책임자의 직책과 이름, 공사 일자 등을 책임 구간의 성돌에 써넣은 것입니다. 요즘의 말로 조합하면 ‘공사실명제’라 할까요?


우리가 걸어간 길에는 청운대 바로 지나서 1·21사태 소나무로 가는 길에 몇 개의 각석이 있습니다. 하나에는 “가경9년(嘉慶九年) 갑자(甲子) 시월일(十月日) 패장(牌將) 오재민(吳再敏), 감관(監官) 이동한(李東翰), 변수(邊首) 용성휘(龍聖輝)” 다른 하나는 “을유9월(乙酉九月) 패장(牌將) 김수신(金壽新), 감관(監官) 양국○(梁國○), 변수(邊首) 이중○(李重○)”라고 새겨있습니다.  뜻은 ‘가경9년(청나라 연호로 우리나라의 순조 4년, 1804년) 갑자년 시월 어느 날, 패장(군사 조직 중 가장 작은 부대인 패의 지휘자) 오재민이 관리하고, 감관(감독관) 이동한이 감독하고, 변수(목수나 석수 등의 기술자 우두머리) 용성휘가 성돌을 쌓았다.’ ‘을유9월(영조 41년, 1765년) 패장 김수신이 관리하고, 감관 양국○이 감독하고, 변수 이중○이 성돌을 쌓았다’는 뜻입니다.

이 공사실명제는 무엇보다 성 쌓는 이들의 책임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때 새겨 넣은 이름이 250년을 지나고, 아마도 이보다 더 오랜 각자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겠지요. 그들의 이름이 아직 있다는 것은 그때 쌓은 돌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뜻이요, 그들은 마침내 책임을 다 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각석들을 보면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도성을 쌓는 일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이름도 거기에 각자로 새겨질 것입니다. 아,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얼마나 책임이 막중한 일입니까! 이름을 새겨놓고도 그 의미를 모른다면 얼마나 무책임한 일입니까? 

주보에 새겨지는 나의 이름, 연초 교회일꾼의 명단에 적히는 나의 이름, 어떤 일을 하겠다고 적어놓은 나의 자원 서명, 이런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의 각자성석입니다. 나는 이 이름들에 얼마나 책임을 느끼고 다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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