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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7월 일상사연 - 박채경님(대학원생, 무용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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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189 회
작성일 25-06-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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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춤에 대해 공부하고 겪고 만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긴 시간 내 여즉 춤은 ‘나의 일’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며 살고 있는 것이라 한다면 춤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춤을 추며 한국에서는 모든 예체능의, 모든 ‘과정’은 입시 혹은 입시준비로 퉁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밀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억울해하며 질문 앞에 섭니다.
어려서부터 춤과 노래,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듯합니다. 그 중 춤은 으뜸가게 좋아했고 춤에서 만큼은 ‘잘한다’는 칭찬도 귀에 쏙쏙 담아왔습니다.
우연히 초등학교때 친구따라 무용 학원에 놀러가게 되었고, 시험기간을 제외하곤 계속 무용학원을 다니며 춤을 배웠습니다. 그 길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까지 춤에 단단히 발목잡혀 있습니다. 그 동안 주욱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지금도 컨템포러리 댄스를 주축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요즘은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일주일의 네 번 오후 늦게 등교하기 때문에 해가 중천인 오전 시간에 저의 일상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르면 8시 늦으면 11시까지 폭넓은 기상시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쓰는 글을 모닝페이지라고 부르더라구요. 적확히 모닝페이지로 정의되는 형식에 맞춰 글을 완성하진 않지만 매일 아침 늘 모닝페이지의 자리로 걸어들어가려 시도합니다.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펴고 아침의 기분, 꿈자리, 어제나 오늘의 일과, 아침부터 드는 감사나 고뇌들을 담은 글을 손 가는대로 씁니다. 그리고 글을 쓰다보면 떠오르는 ‘해야 할일’ 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거의 충동적으로 일어나 집안일들을 시작합니다.
빨래를 먼저 돌려놓고 바닥의 먼지들을 삭 모아 정리하고, 걷기만 해서 던져놓은 빨래를 개고 간단히 밥을 챙겨먹습니다. 밥을 먹고 몸이 뭉근해질때 알맞게도 세탁기가 세탁 완료 알람을 울립니다. 나머지 집안일을 갈무리 하고, 그렇게 챙겨서 학교로 갑니다.
제 하루의 두 번째 일과가 시작됩니다. 수업을 듣습니다. 수업에서는 춤을 추면서 몸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발레 테크닉으로 몸의 중심을 잡으며 춤추는 훈련을 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제들에서 퍼포먼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어 짧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어 함께 춤 동작을 구성하기도 하고, 다 같이 공연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수업은 내 몸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몸에 집중하며 내 몸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발견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 과정에서 움직이고 땀 흘리고 이야기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런 하루들이 계속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내 일은 일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큰 어려움이자 중요한 즐거움입니다. 춤은 언제나 수행의 영역이기보다 기호의 차원으로 여겨진다고 느낍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하게 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분명 크지만 좋아하는게 일이 되어버린다는 안타까움도 종종 느낍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로 춤을 대면하게 되는 마음 자체가 영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내 시간 안에서 춤이라는 존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춤을 일로 만드는 것을 평생 꿈으로 삼아야 할텐데, 동시에 내 존재와 일 사이의 좁은 교집합에 춤을 집어넣고 싶지 않다는 한가로운 상태에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장 해결되지 않는 과제가 있습니다. 내 몸에 대한 시선과 평가를 어떻게 삼키고 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사실 춤을 춘다는 것이 가끔 내 삶을 껍질 벗겨 전시해두는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시선 위에서 평가를 기다리는 몸은 다가올 평가를 받아내야합니다. 거울을 보아도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내 것이 아니라 나의 몸을 보는 다른 이의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몸은 나의 삶 어디에나 따라다니기에 피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입니다. 저도 가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가끔 몸이 나의 모든 존재라는 것을 잊곤 하는 것 같습니다. 영혼과 몸은 분리되어 있다 여기기에 몸만 뚝 떼네어 여기,저기만 바꾸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춤을 추는 것은 사실 내 안 깊숙이 있는 나를 꺼내어 놓는 것입니다. 이 것 또한 가장 큰 어려움이자 중요한 즐거움이지요. 그 말들 속에서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뱉어야 나를 지키며 나를 키울 수 있을지 아직 어렵습니다. 이 고민은 아마 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Daily work)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아쉽게도 저의 믿음은 나의 한가로움을 부추깁니다. 현재 내 통장의 잔고가 얼마든 내 가을 양식이 보이든 안보이든, 저의 발걸음을 급히 하지 않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일 속에서 세상으로의 통로가 되어야 겠다"는 믿음은 조금 더 단단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자 조금 떨어져 볼 수 있는 생각을 만듭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는 안되겠지만요. 누군가 그건 그저 너의 안일함에 대한 핑계라고 꾸짖을지 모르나, 이제는 이 성격을 고이 나에게 선물로 주었던 그 이를 탓하라고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주는 기본권처럼 제 마음 안에는 사랑이라는 기본적 방패막이 존재합니다. 횡경막같이 탄탄한 트램펄린이 마음 속 밑바닥에도 자리 잡아 땅 꺼지듯 낙하하는 속사람을, 둥하고 안았다가 붕하고 다시 헹가래해줍니다. 유연한 마음 속 막이 저를 한층 더 뚫고 내려가지 않게 막아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친구의 선생님의 모르는 이의 시선과 평가의 말들은 가만히 있다가도 쿡쿡 나를 찌릅니다. 그들의 말이 나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제 마음의 아집일 수도 있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 저의 공동체에는 항상 앞서 걷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제 시간들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은 어른들. 자신에게 주어진 고민과 사건들에 충실히 얻어맞으며 서있는 오빠, 언니, 이모, 삼촌, 그리고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멋지게 해탈한 또 여전히 어딘가 불타는 눈빛은 저에게 “아 저 나이까지도 머리를 싸매는건 똑같겠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평생이라는 엄매한 단어에 나의 엄매한 오늘을 던져도 되겠구나. 앞으로 나와 붙을 미션들을 미리보기했달까요. 어마어마한 양의 과제들을 엿보니, 서두르나 서두르지 않으나 미션이 끝나는 순간은 모두 다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핀볼처럼 이리저리 튀며 시간여행하는 나의 자아를 그저 오늘 바로 지금에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그저 회피하는게 아니라 쓸데없는 편법을 지워내는 일이라는 중요한 깨달음.
놀랍도록 와닿는 ‘다 괜찮다‘. 감사하게도 그 말이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7. 위의 여섯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유연함과 나태함은, 해맑음과 철없음은, 반짝임과 요란함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둘은 같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내 하나의 특질이 다른 소리로 평가되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사람들에게 유연하고 해맑고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태하고 철없고 요란한 모습을 감추고 선을 그어 지키려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안에는 하나의 고유한 특질이 있고 숨길 수 없습니다. 일을 고되게 수행하는 나는 결국 일을 좋아하는 나로 남을 수 있고, 나의 굳건함은 질긴 고집으로 비쳐보일 수도 있습니다. 일과 신앙, 타인과 자신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결국 내 하나의 특질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몸에 담아 고이 주신 선물일 겁니다. 그 길을 걷는 동안 결국에는, 그 소리 모두를 주님앞에서만 ‘판단’하길, 주님의 눈으로만 보길, 주님에게만 맡기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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