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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속 긁어주는 일상소재 ‘생활만화’ 큰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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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9,304 회
작성일 07-07-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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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5일 (목) 10:26   경향신문

 

소개팅 중 잠시 들른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 군대 고참이 천원짜리 한 장을 주고 쵸코파이 100개를 사오라고 명령했다. 대학에 또 떨어진 날, 하필이면 반상회가 우리집에서 열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당신이 ‘생활만화가’라면 “오 하느님!”을 외치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히죽거릴지도 모른다. “딱 걸렸어!”라고 좋아하면서.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만화’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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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페이퍼가 아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만화가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 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만화시장을 “점령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생활만화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포털 사이트들은 이미 ‘아마추어 만화가 사이트’를 열어 재능있는 웹툰 작가 발굴에 나섰고, 담당자들은 각종 만화 게시판을 돌며 인기있는 만화를 끌어오기 위해 애쓴다. 네이버 웹툰 담당자 김준구씨는 “다른 장르만화에 비해 생활만화의 조회수가 굉장히 많고 반응도 뜨겁다”며 “예전에는 만화가와 독자들의 상호작용이 없었지만, 지금은 웹툰 만화가들의 골수팬들이 카페를 만들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만화의 소재에도 제한이 없다. ‘스포츠 만화’ ‘순정만화’ ‘SF만화’ 등 장르만화가 ‘환상의 세계’를 보여줬다면 ‘생활만화’는 작가와 독자가 매일 겪는 ‘현실의 세상’을 무대로 한다. 이들에겐 고달픈 백수의 하루도, 주머니는 가볍고 마음은 무거운 월급쟁이의 현실도, 실연의 아픈 상처도 ‘고마운’ 만화 소재가 된다. 곽백수의 ‘트라우마’, 고필헌의 ‘메가쇼킹’처럼 초창기 만화들이 엽기와 반전 코드에 주목했다면, 요즘 생활만화들은 보다 더 평범한 일상을 파고든다.

‘타조알 선생의 교실 풍경’(이성수 지음)과 ‘스쿨홀릭’(신의철 지음)은 각각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와 미술교사가 학교생활의 모습을 그린 만화다. ‘야오네 집’(이지현 지음), ‘겸이 맘의 육아일기’(채지연 지음) 등 육아생활을 다른 만화도 있다. 재미 대신 진득한 일상을 보여주는 만화도 있다. ‘열아홉’ ‘앙꼬의 그림일기’ 등을 펴낸 필명 ‘앙꼬’의 만화들은 웃기는 얘기 대신, 강아지 진돌이와 놀고, 아픈 할머니를 돌보고, 시험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현실 그대로를 잔잔히 보여줘 공감을 얻고 있다.

‘행복한 만화가게’의 이정은 편집장은 “생활만화를 보는 독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보다는 속을 긁어주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편집장은 “극만화의 경우 독특한 자기 취향에 따라 독자들이 갈리게 되지만, 생활만화는 특이한 얘기는 없어도 남 얘기같지 않고 공감을 주는 에피소드로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골방환상곡’을 연재하는 작가 박종원씨는 “웹툰은 컴퓨터 화면에 최적화된 사이즈에 빠른 시간 안에 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화”라며 “컴퓨터와 친한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가장 잘 맞는다”고 말했다. 박종원씨는 ‘골방환상곡’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만화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박인하 교수는 “옛날 만화가들은 대부분 가명을 쓰고 자신을 감추려 했지만, 최근 만화가들은 ‘내가 만화가다, 내가 그리는 것이 만화다’라는 특별한 인식 없이 대중과 자유롭게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고 분석했다. 박교수는 “일본, 유럽 등에서도 작가의 개인사를 녹인 만화들이 인기를 끌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언더그라운드의 얘기일 뿐, 한국처럼 인터넷을 통해 생활만화가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일은 유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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