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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2018년 1월 일상사연 - 새로운 연구지가 온다(홍정환 연구원, 일상생활사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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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18-01-0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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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구지가 온다
홍정환 연구원

<Seize Life: 日常生活硏究>(이하 “씨즈 라이프”)를 소개할 때 자주 들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제목을 뭐라고 읽어야 하나요?”라는 것입니다. 가끔 신학대학교 도서관에서 연구지 관련 문의 전화가 왔을 때도 제목을 제대로 읽는 비율은 50%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종종 (사적 교류가 있었던 사람에 한해) “독일어에요. ‘자이체 리페’라고 읽으시면 됩니다”는 농담으로 반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듯, 연구지 창간사에는 “제호 “Seize Life”에 대한 변명(辨明)”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창간사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연구지를 창간하면서 우선 연구지의 제호에 대해 공감을 얻고자 합니다.”(지성근, 2008). 저는 이어지는 글을 통해 <씨즈 라이프>의 지난 시간을 간단히 돌아보고 앞으로 갈 바를 거칠게 탐색해보려 합니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틀이 필요해 내용(contents)과 매체(carrier)를 두 기둥으로 삼았습니다.

우선 내용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씨즈 라이프>는 총 17호를 발간하며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왔습니다.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일상, 하나님의 나라”, “성령충만 일상이 되다”, “삶의 한자락이라도 그리스도 주님의 것”과 같은 주제를 다룬 바 있고, 종교개혁의 삼대정신을 “일상, 하나님의 선물”, “일상을 품은 말씀, 말씀을 품은 일상”, “일상, 믿음으로 살리라”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도 진행하였습니다. 그 외에 멘토, 교육, 교회, 먹고 마심, 집짓기, 옷, 쓰레기, 노동 등의 개별적 주제도 다룬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씨즈 라이프>는 한국 기독교계에 일상생활 연구의 기초자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작게나마 수행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에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분들이 과월호 구입을 꾸준히 문의해온 것이 방증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목과 더불어) 자주 받았던 피드백인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영성을 이야기한다는데 정작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라는 피드백을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줄기차게 받아왔습니다. 연구소 내부에서 <씨즈 라이프>를 간단히 부르는 호칭은 “연구지”였으며, 참여한 필진 역시 대부분이 전문적인 ‘연구자’였기에 이러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씨즈 라이프>를 힘써 제작해서 발송한 사람들 상당수가 위와 같이 반응한다면 우리는 근본적인 지점에서 <씨즈 라이프>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적 연구자를 예상 독자로 상정하고 연구지로써의 성격을 강화하거나, 연구소를 후원하는 동시에 연구소를 통해 유익을 얻어야 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맞춤한 방향으로 성격을 변화하거나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내용면에서 또 한 가지의 아쉬움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원고의 질’ 문제입니다. 노파심에 부연하자면, ‘원고의 질’에 대한 아쉬움은 ‘필자의 수준’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그간 연구지에 참여해준 필자들은 자신들이 평소 받을 수 있는 원고료에 턱없이 못미치는 적은 원고료를 받으며 수고로이 글을 써주셨습니다. 필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충분한 훈련을 받았으며, 적지 않은 업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왔던 분들입니다. 다만, 연구소에서 매호 특집 주제를 정하고 원고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해 기획의도와 빗나가는 원고를 받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호마다 도저히 원고를 집필할 여력이 없다고 연구소의 원고의뢰를 고사했지만 연구소측에서 강권한 탓에 본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틈틈이 원고를 써주신 필자가 있었습니다. 원고집필을 위한 충분한 심적,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지 않았기에, 자연히 특집 주제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할 수 없어 평소의 단상을 가볍게 정리한 원고를 보내주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매체 특성을 중심에 두고 말씀을 이어가겠습니다. 2008년 6월 창간호로 시작하여 2017년 9월 17호에 이르는 동안 연구소는 종이책 편집과 제작에 관련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총 17호에 이르는 연구지를 한 번에 펼쳐놓고 표지와 내지를 검토해보면, 연구소의 성장은 물론 연구소와 협업한 “한나작업실”의 성장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조금 과장하면) 제본해서 나누어주는 ‘자료집’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한국 기독교계 굴지의 출판사인 **P의 대표도 인정할만큼의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책이란 모름지기 읽기보다 책장에 꽂아놓기 위한 물건이니만큼, 잘만들어진 실물 종이책은 후원자 선물용으로 요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전자책(epub) 출간도 초기부터 논의하기는 했으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었던지라 본격적인 전자책은 잠시 덮어두고 종이책과 동일한 포맷의 PDF 파일만을 제한적으로 온라인에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실물책 출간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 출간에 주력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낳았습니다. 원고료와 편집비, 인쇄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였고(재정), 종이책을 후원자와 구매자에게 발송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하였습니다(재정+인력). 그뿐 아닙니다. 당장 돈을 쓰지 않아 간과할 수도 있으나 이미 생산된 연구지를 보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공간). 연구소는 입구 통로부터 연구지로 잠식되어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입니다.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연구지 보관의 짐을 함께 져준 부산 IVF 사무실은, 지성근을 모르는 새 대표간사가 일어나는 날이 오지 않기만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연구지 보관할 장소를 찾고 있다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기껏해야 상자 몇 개 정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경솔히 자신의 업장을 내어준 “공간 나다움” 역시 건물 뒷편 통로를 잠식당한지 오래인데, 그 감사한 공간에서 곰팡이가 연구지 일부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씨즈 라이프>의 종이책 출간은 17호가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전자출판 형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지난 수년간 매체 환경이 급변하였기에, 종이책의 포맷을 그대로 표현하는 PDF보다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epub 파일이나 앱(application)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매체 환경은 달라진 독서 경험을 가져옵니다. 점토판이나 두루마리를 읽던 고대인의 독서 경험과 코덱스(codex) 형태의 책을 읽는 현대인의 독서 경험은 분명히 다릅니다. 매체의 변화에 조응하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데 PDF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앱 형태의 전자책 모델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들 수 있습니다. 종이책 몇 권 내는 것 이상의 비용이 한 방에 들어가고, 이후로도 관리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강력히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종이책 출간에서 전자출판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때, 매체 생산과 유통에 소요되는 비용이 줄어들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원고료 등의 비용은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으나, 보관과 배송에 관련된 비용은 확실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물책자가 없어지며 함께 잃어버리는 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소를 알리고 후원을 요청할 때 증정품으로 긴요하게 사용하던 도구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 큽니다. 어쩌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보다 더한 비용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 외에도 책꽂이에 하나씩 추가되는 신간을 바라보며 얻었던 뿌듯함도 함께 잃어갈 가능성이 큽니다(전자책 서재에 책 파일이 추가되는 것을 보며 얻을 만족감이 더 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하지만 ‘증정품’이나 ‘심리적 자위도구’가 아닌 ‘읽을 거리’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전자출판은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들여다보는 매체 환경이 도래했습니다. 웹툰이나 웹소설, SNS 처럼 쉽게 <씨즈 라이프>를 사람들 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붙습니다. 콘텐츠의 개발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 특집 주제를 정하고, 구신약 성서신학자/조직신학자/역사신학자 등으로 필진을 꾸려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늘어놓는 구조를 전자출판 형태로 옮긴다면 “일상생활의 영성을 이야기한다는데 정작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피드백을 이번에는 댓글로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새로운 <씨즈 라이프>의 예상 독자를 전문적 연구자로 삼는다면, 위의 세 단락은 불필요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페이지 구분이 분명한 PDF 방식이 자료 인용에 적합해서 좋아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책과 복사물로 좁아진 개인공간을 생각하면 뿌듯함은 사치일 뿐이니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 형태를 선호할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보다는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를 따라잡을 수 있는 딱딱한 글을 보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적 연구자를 제외한 사람들, 그동안 연구소에서 <씨즈 라이프> 신간이 발행될 때마다 보내드렸던 사람들을 예상 독자로 생각한다면 ‘어렵다’는 피드백을 겸허히 수용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콘텐츠를 기획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내용면의 아쉬움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어렵다’는 반응과 ‘원고의 질’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이었습니다. 두 가지는 상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글이 어렵다고 쉽게만 쓰면 원고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반대로 원고의 질을 개선하려면 글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가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씨즈 라이프>를 받아들었던 독자들 다수는 까막눈이 아닙니다. 한 분야에 꾸준히 종사하며 경험을 쌓고 지식을 축적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잘 읽히지 않는 글이란, 어려운 글이 아닌 자신의 삶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글입니다. ‘어렵다’는 반응의 구체적 표현이 “일상생활의 영성을 이야기한다는데 정작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독자들이 기대하는 콘텐츠는 말랑말랑한 수필이 아니라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시작될 <씨즈 라이프>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핵심 콘텐츠로 삼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분석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삼위일체나 교회론 등의 신학적 주제에서 출발해 인간 삶을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17호 이후의 새로운 일상생활연구는 그야말로 일상생활연구에서 출발하여 이론을 도출하는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론에서 출발해 현장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현장을 분석하여 이론을 도출하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생활연구의 방향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이론에서 현장으로 나가는 접근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은 연구소 외부의 명망가가 아닌 내부 구성원의 힘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 성과를 축적하여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필진 섭외의 성패에 따라 각 호의 수준이 널뛰기했던 과오를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설혹 그 결과물의 수준이 조악할지라도 <씨즈 라이프>가 내 숨을 쉬고 내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그 책은 어렵다’, 다시말해 ‘나와 그 책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비판에 건설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엄격한 절차에 따라 해석하고, 의미를 도출하며, 이론을 도출 할 수 있다면 ‘원고의 질’에 대한 아쉬움도 적잖이 해소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담아낸다면 두 가지 아쉬움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 실천을 위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대화를 기록하여 정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이 단계의 중간 결과물을 정기/비정기 웹진의 형태로 공유할 수 있음), 인터뷰이의 개인적-실천적 지식(PPK; personal practical knowledge)을 탐구하는 해석적 작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일상은 학교나 교회, 선교단체 등에서 배우지 못한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 장입니다. 일상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지식은 실천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에서 ‘실천적 지식’입니다. 이 지식은 개개인의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개별적인 것이기에 ‘개인적 지식’입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일상생활연구의 방향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주목하고, 연속되는 일상의 경험에서 축적된 개인적-실천적 지식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이 탐색의 결과물은 그간 <씨즈 라이프>가 한국 기독교계에 일상생활 연구의 기초자료를 생산하고 공급해왔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계승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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